​사암리주택

// 2020,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

    계획설계, 기본설계, 실시설계, 시공감리

// 개요

  • Program : 단독주택 (1층: 거실, 부엌, 침실 2개, 욕실 2개, 드레싱룸 / 다락층: 다락방, 창고) 

  • 대지면적: 349 m2

  • 건축면적 : 115.34 m2 / 연면적: 115.34 m2

  • 주재료 : 경량목구조, 글라스울, 스타코, 알루미늄징크지붕, 알루미늄시스템창호, 자작합판, 원목마루

  • 준공일: 2020년 12월

  • ​총 공사비 : 약 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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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te

사암리주택은 농지에서 대지로 전환된 필지들 중 하나에 위치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해당 개발행위를 위해 신설된 막다른 도로에 면해 있고, 주택 대지와 남쪽 농지 사이에는 약 3미터 정도의 바닥 높이 차이가 존재한다.

중앙이 매우 좁고 양쪽으로 점차 넓어지는, 나비 모양의 특이한 대지 형태는 쉽지 않은 제한 조건이었지만 동시에 디자인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 Concept

사암리주택은 은퇴 후 단출하게 소박한 멋과 여유를 즐기며 살기를 희망하는 노부부를 위해 설계되었다.

나비 형태 대지의 중앙에서 폭이 좁은 부분을 기준선으로 하여, 콤팩트하게 설계한 집을 한쪽에 배치함으로써 다른 쪽에 다용도 마당(정원, 휴식공간, 가사공간)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였다.

콘크리트 담장은 집을 중심으로 대지를 한바퀴 돌면서 다양한 외부 공간들을 만들고 그 높이가 연속적으로 변한다. 노부부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북측 도로선과 동서측 인접대지경계선에서는 담장을 사람 키 높이로 계획하였다. 이는 외부인이 집 내외부의 사적인 공간을 볼 수 없도록 하면서도 담

장에 의해 차경(借景)된 하늘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담장은 남쪽으로 갈수록 점차적으로 낮아져 테라스 및 마당의 난간이 된다. 덕분에 테라스에 면한 거실에 앉은 상태에서도 남쪽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콤팩트하게 설계한 집의 특징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같은 흑갈색의 알루미늄징크와 스타코 마감을 경사 지붕과 외벽에 사용하여 집이 단일 매스로 보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같은 스타코 마감을 콘크리트 담장에도 적용하여 집 매스와 일체성을 가지도록 하였다. 남쪽으로 여유있게 돌출시킨 지붕은 남쪽 직사광선을 막는 차양 역할을 하고 빗물로부터 테라스 공간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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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처럼 담장이 집 주위를 한바퀴 돌아 본래 위치로 되돌아오는 지점에는, 작은 폭의 외부 공간이 있다. 도로에서 마당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마당 입구이다. 작은 폭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배치된 두 벽에 의해 시야는 차단되고, 눈길은 자연스레 머리 위 하늘 그리고 눈앞에 빼꼼히 보이는 마당을 향하게 된다.

 

입구가 향하는 곳에 확연히 다른 공간이 어렴풋이 느껴질 때, 곧 다다를 도착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공간 변화에 대한 감동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영화로 치면 결정적 장면 전에 뜸을 들이는 순간이고, 소설로 치면 갈등 충돌 전에 길게 늘려 놓은 묘사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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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일을 하다 보면, 비를 맞지 않고 직사광선을 피해 신선한 공기와 바람 속에서 천천히 식히거나 말려야 하는 먹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음식 재료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사암리주택의 남향 전망이 확 트인 부분에, 처마를 여유있게 돌출시키고, 거실 창문들을 크게 내고, 바닥에 나무를 깔았다. 그리고, 난간과 처마가 만드는 액자 속으로 차경(借景)된 풍경이 펼쳐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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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기 전까지 거실 안으로 넉넉히 들어오는 햇빛 덕분에, 굳이 조명을 킬 필요도, 보일러를 돌릴 필요도 없다. 여유있게 돌출시킨 지붕 처마는 햇빛이 넉넉하지만 과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거실 밖 테라스 난간 위로 펼쳐지는 전원 풍경은 식탁 너머 보이는 마당 정경으로 이어진다. 해와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그림자 덕분에, 이 운치 있는 자연의 그림들은 하루 종일 바라봐도 지루하지 않다.

 

면적은 8평이란 작은 규모이지만, 경사 지붕 밑 볼륨을 충분히 활용한 거실의 공간 맛은 넉넉하다. 거실에서 다락방 창문 너머 보이는 하늘의 단상은 거실 공간을 확장시키는 또 다른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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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초대하고 대접하기를 좋아하시는 할머님과 할아버님 댁에는 손님의 발걸음이 항상 끊이질 않는다. 모름지기 손님대접이란,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아끼는 그릇에 담아 손님과 같이 나누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자 보통 우리네 사는 모습이다.

사암리주택에서 두 분의 이러한 일상이 그대로 담긴 공간이 바로 부엌과 거실이다.

 

두 곳은 별도의 두 공간이면서 한 공간을 이룬다. 할머님은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시면서 동시에 손님을 배려하고 얘기를 나누실 수 있다. 거실에 있는 손님은, 할머님의 개인적인 가사 공간이기도 한 부엌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할머님과 대화하고 요리 광경을 참관하며 곧 맛볼 음식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오른다. 안주인과의 거리를 더욱 좁히고 싶은 손님이라면 거실 쪽으로 돌출된 부엌 스탠드 위에 찻잔을 옮겨 놓고 요리 참관을 이어갈 수 있다.

 

일상의 멋과 맛이 공존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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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여인들의 삶은 주로 주방과 규방이라는 두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주방에서 아궁이 불을 때고 음식을 준비하느라 반나절을 보내고, 규방에서 이불을 손질하고 옷을 다리고 바느질을 하느라 나머지 반나절을 보냈다. 그리고 규방은, 멋을 알았던 우리네 여인들에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공예품을 만들던 문학과 예술의 공간이기도 했다.

 

차 한잔을 내어놓더라도 삶의 멋으로 승화시키는데 탁월하신 할머님에게, 부엌은 이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거실, 마당 그리고 담장 너머 산 풍경과 270도로 모두 연결되고, 항상 음악이 흐르는 이 공간, 과연 부엌이란 이름 안에 이 곳이 지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확장적인 성격을 담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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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님과 할아버님의 입주 전, 사암리주택은 미완성이었다. 이제 사암리주택은 두 분의 손길과 흔적으로 채워져 두 분의 집으로 비로소 완성되었다.

건축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사람과 시간이 필요하다. 건축이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 변해가는 지가 중요하다.